나는 원래 투자랑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투기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돈을 모으는 법도 잘 몰랐고, 쓰는 법도 계획적이지 못했다. 그냥 벌면 쓰는 쪽에 가까웠다. 통장에 돈이 오래 머무는 편도 아니었고, 자산을 불리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거의 없었다.
그때는 주변 분위기도 한몫했다. 어딜 가도 코인 얘기, 주식 얘기였다. 진짜 거의 모든 사람이 뭔가 하나쯤은 하고 있던 때였다. 가만히 있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묘한 조급함도 있었다. 그렇게 나도 별생각 없이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로 코인과 주식을 시작했다.
웃긴 건, 처음엔 운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급등하는 종목에 몇 번 얻어 걸리면서 40~50% 정도 수익이 났다. 지금 돌아보면 실력이 아니라 그냥 타이밍이었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다. 오히려 그 짧은 성공이 나를 완전히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갔다.
초심자의 행운
처음 돈이 벌리니까 가치투자니 장기투자니 복리니 하는 20년 뒤의 이야기는 하나도 귀에 안 들어왔다.
정석적인 이야기는 너무 느리고 재미없어 보였다. 나는 20년 뒤에 10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500만원으로 1000만원을 만들어 갖고 싶은걸 사고 싶은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도파민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문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거다.차트도 모르고, 이론도 모르고, 기업을 보는 법도 몰랐다. 그러니 결국 자극적인 말이나 그럴듯한 논리에 쉽게 흔들렸다. 그 시기에 흔히 떠돌던, 말만 번지르르한 차트 해석 같은 것들에 휩쓸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걸 믿었나 싶지만, 당시엔 나도 그럴듯해 보였다.
당연히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샤머니즘으로 오를거라고 생각했던 종목이 떨어지면 남은 물을 타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구출대를 기다렸다. 그렇게 운용 가능한 자금이 모두 묶여 자금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크게 손절을 했다. 벌 때는 내가 감각 있는 사람 같았는데, 잃고 나니까 내가 뭘 한 건지 모르겠더라. 돌이켜보면 투자라기보다 그냥 베팅에 가까웠다는 걸 이제서야 조금씩 인정하게 됐다.
주식도 코인도 다 도박
그 뒤로는 주식이든 코인이든 다 비슷하게 느껴졌다.
내 기준에서는 열심히 분석하는 척 포장만 다를 뿐, 결국 누군가는 잃고 누군가는 먹는 판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그렇게 접근했기 때문에 더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제대로 모르면서 덤볐고, 운 좋게 벌어봤고, 결국 더 크게 잃었으니 좋게 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멀리했다. 투자 관련 이야기가 나와도 그냥 나랑 안 맞는 세계라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이런 걸 못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적당히 선을 그어버렸다.
유행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과거 코인처럼 미국장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또 슬슬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제대로 공부할 마음은 없었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도파민을 찾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100만 원으로 주식을 시작했는데 그때도 마음속 생각은 비슷했다. ‘크게 벌자는 건 아니고, 그냥 급등주 잘 타서 단기 매매로 커피값 정도 벌면 되지 않을까’ 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결과도 늘 비슷하다는 거다.
오를 때는 진짜 커피 몇 잔 값 버는데, 한번 물리면 한 달 치 커피값이 그냥 날아간다. 소소하게 벌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가 소소하지 않게 잃는 일이 반복됐다. 금액이 아주 크지 않아도 기분은 묘하게 나빴다. 돈보다도 내가 또 똑같이 행동했다는 사실이 더 찝찝했다.
결국 또 멀어졌다.
이번에도 오래 가진 못했다. 나는 여전히 투자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그 상태에서 단기적인 움직임만 좇고 있었다. 방식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자의 의미
하루는 25년도 넘게 알고 지낸 친한 친구가 나를 붙잡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사실 예전부터 투자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었다. 투자의 중요성을 여러 번 말했었고, 과거에 책도 선물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감사한 마음이 있으니 책은 봐야지 생각했다가도 생소한 용어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읽다가 포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말로만 툭 던진 게 아니라, 나를 설득하겠다고 며칠 동안 준비를 해서 아예 프레젠테이션까지 해줬다. 그것도 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기준으로,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맞춤형 전략을 짜서 보여줬다. 이쯤 되면 친구가 아니라 거의 담당 컨설턴트 같았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나는 원래 뭔가를 권유받으면 더 경계하는 편이다. 특히 돈이 걸린 얘기면 더 그렇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않았고, 혼자 그 전략을 이리저리 뜯어봤다. 숫자도 넣어보고, 내가 감당 가능한 범위인지 계산도 해봤다.
신기하게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예전에 하던 방식보다는 훨씬 말이 됐다. 감으로 들어가고, 오르는 종목 뒤늦게 쫓아가고, 수익 나면 내 실력이고 손실 나면 시장 탓하던 방식이 아니라, 훨씬 덜 자극적이지만 대신 오래 갈 수 있는 방식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20년 뒤에 내가 투자한 돈이 얼마나 늘어나고 그 돈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며 미래가 그려졌다. 그때 처음으로 ‘이번엔 정공법으로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모를 때는 책으로
그래서 우선 투자 관련 책을 10권 정도 샀다. 마침 책을 너무 안 읽는 것 같아서 독서와 필사를 하고 있기도 했고, 항상 책이 쌓여 있어야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길 것 같아 E-Book 대신 종이책으로 구매를 했다.
너무 교과서 같은 책만 사면 금방 덮을 것 같아 재미를 못 붙이면 또 흐지부지될 게 뻔해 표지가 흥미롭거나 제목이 흥미로운 책 위주로 골랐다. 마냥 흥미 위주의 책으로 고른건 아니고 친구의 조언 대로 거시경제를 볼 수 있는 매크로 관련 책, 매매법이나 기술 분석 쪽 책, 포트폴리오 관련 책까지 골고루 섞었다. 예전의 나는 무조건 빨리 돈 되는 정보만 찾았는데, 이번에는 적어도 개념부터 잡아 가려고 했다.
그중에서도 친구가 가장 먼저 읽으라고 선물 해 준 책 한 권이 있었다. 스노우폭스 회장인 김승호님이 쓴 '돈의 속성'이라는 책이다. 읽기 전까지 누군지도 몰랐고 책 띠지에 400쇄라고 되어 있어 그냥 베스트셀러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과거 선물했던 책이 접근성이 높아 낙오했다고 전했더니 투자 결심을 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도덕책이다' 라고 했다.
그 책은 그냥 정보를 많이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돈은 무엇인지, 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래서 투자라는 것이 뭔지에 대해 개념을 잡아준다. 애초에 이런 것도 없었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어서 꽤 두꺼운 책임에도 출퇴근 길에도 흥미롭게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가짐이 꽤 많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바꿔야할 건 마음가짐
예전에는 투자라고 하면 일단 ‘빨리’, ‘강하게’, ‘지금 타야 하는 것’부터 떠올랐다. 놓치면 손해 같고, 늦으면 끝난 것 같고, 조용하면 재미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까 내가 그동안 투자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가장 빠르게 부자가 되는 방법은 천천히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엔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갑자기 전문가가 된 건 아니다.
여전히 모르는 게 훨씬 많고, 아직도 급등하는 종목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옛 습관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무작정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이제는 미래를 설계하고 그 미래에 하나하나 대응해 나가면서 일희일비 하지 않고 천천히 접근하려고 한다.
기념비적인 첫 시작
이제 다음 책도 읽으면서 다른 지식들을 하나씩 익혀볼 생각이다. 요즘은 과거와 다르게 AI를 활용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쉬워졌다. 이 포스팅을 시작으로 초보 투자자로 나의 경험담을 순차적으로 포스팅하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공유하며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예전처럼 한 번에 뭔가를 뒤집으려는 마음보다는, 이번엔 아예 바닥부터 다시 쌓아보자는 쪽에 가깝다. 주변에서 투자 공부를 하라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투자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는데 말은 잘하네. 그래서 뭐 공부하면 투자를 잘하게 돼?' 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지금의 생각은 투자 공부 시작이라는 게 거창한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오해를 바로잡는 일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대단한 전략을 세운 상태는 아니고, 아직도 배우는 입장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베팅하던 때와는 분명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