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정기를 담은 위스키, 하쿠슈(白州)의 모든 것: 역사, 라인업, 가격, 테이스팅 노트 총정리

도입: '숲의 증류소'에서 온 한 잔의 청량함, 하쿠슈를 만나다

'숲의 증류소(The Forest Distillery)'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산토리의 싱글몰트 위스키, 하쿠슈(白州). 일본 위스키의 대명사인 야마자키(Yamazaki)가 화려하고 깊은 풍미의 교향곡이라면, 하쿠슈는 청명한 숲속을 거니는 듯한 상쾌함과 청량한 매력으로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마치 비 온 뒤 숲의 흙내음과 싱그러운 풀잎 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한 독보적인 캐릭터는 하쿠슈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오늘날 하쿠슈는 단순히 맛있는 위스키를 넘어, 구하기 어려운 희귀 아이템이자 소장 가치가 높은 투자 대상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기 이면에는 100년에 가까운 일본 위스키 역사와 자연과의 공생을 꿈꿨던 장인들의 철학이 깊숙이 배어 있습니다. 이 글은 하쿠슈의 탄생 배경부터 주요 라인업의 특징과 전문가의 테이스팅 노트, 그리고 현실적인 가격과 소장 가치까지, '숲의 위스키' 하쿠슈에 대한 모든 것을 심도 있게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 여정을 통해 당신의 위스키 잔에 담긴 한 잔의 액체가 품고 있는 깊고 푸른 숲의 이야기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1부: 숲의 증류소, 하쿠슈의 탄생과 철학

하쿠슈 위스키의 독특한 정체성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본 위스키의 역사적 전환점 속에서 탄생한 치밀한 계획과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입니다.

야마자키 50주년, 새로운 도전의 시작 (1973년)

1973년은 일본 최초의 몰트 위스키 증류소인 야마자키가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산토리 올드'와 '토리스 위스키'가 이끈 위스키 붐의 한가운데 있었고,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고 다양한 풍미의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원주(原酒, 블렌딩에 사용되는 개별 위스키) 확보가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나무위키 - 하쿠슈에 따르면,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산토리의 2대 마스터 블렌더이자 사장이었던 사지 케이조(Keizo Saji)는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의 비전은 단순히 제2의 야마자키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야마자키가 가진 화려하고 깊은 과일 풍미와는 정반대의 캐릭터, 즉 가볍고 상쾌하며 새로운 개성을 지닌 위스키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는 산토리의 창업주 토리이 신지로로부터 이어진 도전 정신, '얏테미나하레(やってみなはれ, Go for it!/해보기나 하라)'의 계승이었습니다. The Suntory Family에 따르면, 사지 케이조는 아버지의 위스키 사업을 계승하며 이 정신을 바탕으로 맥주 사업에 진출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인물입니다. 하쿠슈 증류소 설립은 그의 혁신적인 비전이 위스키 사업에서 발현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왜 '숲'이었는가: 일본 남알프스, 최적의 땅을 찾아서

새로운 위스키를 위한 여정은 최고의 '물'을 찾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산토리의 위스키 장인들은 일본 전역을 헤맨 끝에, 마침내 일본 남알프스 카이코마가타케(甲斐駒ヶ岳) 산기슭의 울창한 숲에 다다랐습니다. 이곳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수(名水) 산지로, 주변 화강암층을 통해 수십 년간 자연적으로 여과된 물은 경도가 매우 낮고(연수, soft water) 미네랄 밸런스가 뛰어나 위스키 제조에 이상적이었습니다. Suntory 공식 사이트는 이 물이 하쿠슈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풍미를 만드는 핵심 비결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본 남알프스의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은 하쿠슈 증류소의 전경

산토리는 이곳에 증류소를 세우며 부지 면적 약 82만 5천 제곱미터 중 80% 이상을 야생 조류 보호 구역 등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자연과의 공생' 철학을 실천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쿠슈는 '숲의 증류소(The Forest Distillery)'라는 상징적인 별명을 얻게 되었고, 이러한 미세 기후와 환경은 위스키가 숙성되는 동안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치며 하쿠슈만의 독특한 풍미를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하쿠슈의 맛을 완성하는 양조 기술

최고의 물과 자연환경에 더해, 하쿠슈는 독자적인 양조 기술을 통해 그 개성을 완성합니다. 야마자키와는 다른 풍미를 구현하기 위한 하쿠슈의 핵심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양한 원주 생산: 하쿠슈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원주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발효, 증류, 숙성의 모든 단계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 나무 발효조(Wooden Washback) 사용: 발효 과정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닌 전통적인 나무 발효조를 고집합니다. 이는 증류소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유산균과 같은 미생물들의 활동을 촉진하여, 하쿠슈 위스키 특유의 복합적이고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다양한 증류기(Pot Stills):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른 여러 증류기를 사용하여 증류 과정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원액을 생산합니다. 이를 통해 블렌딩 시 더 넓은 풍미의 스펙트럼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부: 하쿠슈 위스키 라인업 완전 정복

하쿠슈는 위스키 입문자부터 숙련된 애호가, 그리고 수집가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숲의 증류소'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공유하면서도, 숙성 연수와 원액의 조합에 따라 뚜렷한 개성을 드러냅니다.

정규 라인업: 하쿠슈의 개성을 맛보다

현재 시장에서 비교적 꾸준히 만나볼 수 있는 하쿠슈의 핵심 라인업입니다.

하쿠슈의 개성을 대표하는 정규 라인업 (왼쪽부터 DR, 12년, 18년, 25년)

  • 하쿠슈 디스틸러스 리저브 (Hakushu Distiller's Reserve - DR): 숙성년수 미표기(NAS, Non-Age Statement) 제품으로, 하쿠슈 라인업의 입문 격입니다. 가볍고 상쾌한 논피트(non-peated) 원액과 부드러운 피트 원액을 절묘하게 블렌딩하여 만들었습니다. 민트, 오이, 유자와 같은 청량한 향과 은은한 스모키함이 특징으로, 특히 하이볼로 만들었을 때 그 매력이 극대화됩니다.
  • 하쿠슈 12년 (Hakushu 12 Year Old): 1994년 처음 출시된, 하쿠슈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표준 제품입니다. 12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사용하여 디스틸러스 리저브보다 한층 깊어진 풍미를 자랑합니다. 잘 익은 청사과와 배 같은 과실향, 상쾌한 허브향, 그리고 보다 명확하게 느껴지는 스모키함이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 하쿠슈 18년 (Hakushu 18 Year Old): 18년 이상 장기 숙성된 원액으로만 구성된 프리미엄 위스키입니다. 오랜 숙성을 통해 하쿠슈 특유의 청량감 위에 깊이와 복합미가 더해졌습니다. 잘 익은 과일, 꿀, 다크 초콜릿의 달콤함과 함께 우아하게 정제된 스모키함과 오크향이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깁니다.
  • 하쿠슈 25년 (Hakushu 25 Year Old): 하쿠슈 라인업의 정점에 있는 울트라 프리미엄 제품입니다. 25년 이상 숙성된 원액 중에서도 크림처럼 부드러운 원액, 강렬한 스모키 원액, 그리고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된 희귀 원액 등을 엄선하여 블렌딩한 걸작입니다. 크림 브륄레, 잘 익은 자두, 향신료, 그리고 깊고 진한 나무향과 스모키함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압도적인 풍미를 선사합니다.

특별 및 한정판 에디션: 수집가들의 로망

정규 라인업 외에도 하쿠슈는 다양한 한정판을 출시하며 위스키 애호가와 수집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희소성으로 인해 높은 소장 가치를 지닙니다.

  • 피티드 몰트 (Peated Malt) 시리즈: 하쿠슈의 특징 중 하나인 '스모키함'을 극대화한 라인업입니다. 특히 산토리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하쿠슈 18년 피티드 몰트'는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일본 특유의 피트 풍미를 깊이 있게 담아내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면세점 한정판 (Travel Retail Exclusives): 공항 면세점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되는 제품들로, 독특한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산 셰리 오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하여 달콤쌉쌀한 풍미를 강조한 '비터스윗(Bittersweet)' 에디션이 대표적입니다.
  • 증류소 한정 보틀: 야마나시현에 위치한 하쿠슈 증류소를 방문해야만 구매할 수 있는 특별한 위스키입니다. 증류소의 개성을 담은 소량 생산 제품으로, 방문객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념품이자 수집 아이템입니다.

하쿠슈 라인업 비교표

각 라인업의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제품명숙성년수 (도수)핵심 특징 (키워드)추천 음용법

하쿠슈 디스틸러스 리저브 NAS (43%) 청량함, 민트, 시트러스, 가벼운 스모키 하이볼 (모리카오루 하이볼)
하쿠슈 12년 12년 (43%) 청사과, 허브, 균형 잡힌 피트, 부드러움 스트레이트, 온더락, 하이볼
하쿠슈 18년 18년 (43%) 잘 익은 과일, 다크 초콜릿, 복합미, 우아한 스모키 스트레이트, 니트(Nose-Palate-Taste)
하쿠슈 25년 25년 (43%) 크림, 향신료, 깊은 오크향, 압도적인 여운 스트레이트 (최상의 컨디션에서)

3부: 숲을 맛보다: 하쿠슈 라인업별 테이스팅 노트

하쿠슈 위스키는 종종 '비 오는 날 숲속을 걷는 느낌'이라는 감성적인 표현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실제로 하쿠슈가 품고 있는 다채로운 맛과 향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각 라인업별로 어떤 '숲의 풍경'이 펼쳐지는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구체적인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하쿠슈 디스틸러스 리저브: 상쾌한 숲의 입구

하쿠슈 DR은 이제 막 숲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마주하는 상쾌한 공기와 같습니다. 복잡함보다는 명료하고 직관적인 매력이 돋보입니다.

  • Nose (향): 잔에 따르는 순간 갓 자른 풀, 상쾌한 민트, 라임 껍질 같은 시트러스 향이 터져 나옵니다. 전문가 리뷰에서는 오이와 유자 같은 향도 언급되며, 배경에는 아주 희미한 연기가 깔려 있어 상쾌함을 더합니다.
  • Palate (맛): 입안에서는 물처럼 가볍고 청량한 질감이 느껴집니다. 꿀 같은 은은한 단맛과 기분 좋은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약한 피트감이 혀를 부드럽게 감쌉니다.
  • Finish (여운): 여운은 길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입안에 남는 상쾌함이 특징이며, 다음 잔을 재촉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 총평: '모리카오루(森香る, 숲의 향기) 하이볼'이라는 별칭이 붙은 하이볼의 완벽한 파트너입니다. 탄산수와 만나면 그 청량감이 극대화되어, 위스키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민트 잎을 곁들여 숲의 상쾌함을 극대화한 '모리카오루 하이볼'

하쿠슈 12년: 이슬 맺힌 숲의 아침

12년의 숙성을 거친 하쿠슈는 숲의 더 깊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이슬이 맺힌 나뭇잎과 촉촉한 흙내음이 느껴지는, 보다 성숙하고 균형 잡힌 풍미를 선사합니다.

  • Nose (향): 잘 익은 청사과와 서양배의 달콤한 과일 향이 먼저 다가옵니다. 그 뒤로 로즈마리 같은 뚜렷한 허브 향, 은은한 소나무 향이 이어지며, 부드러운 스모크가 이 모든 향을 감싸 안습니다. The Whiskey Wash의 리뷰에서는 꿀에 절인 듯한 느낌과 오렌지 껍질, 버터를 바른 토스트 향도 언급됩니다.
  • Palate (맛): DR보다 풍부해진 바디감이 입안을 채웁니다. 달콤한 과일 맛과 함께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느껴지며, 균형 잡힌 피트감이 맛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 Finish (여운): 중간 길이의 드라이한 여운이 인상적입니다. 스모키함과 오크의 쌉쌀한 향이 기분 좋게 남아 깊이를 더합니다.
  • 총평: 하쿠슈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위스키입니다. 스트레이트나 온더락으로 즐기면 그 복합적인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으며, 하이볼로 만들어도 한 차원 높은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쿠슈 18년: 해질녘 고요한 숲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숲의 정기를 머금은 하쿠슈 18년은 해 질 녘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숲을 떠올리게 합니다. 장기 숙성이 선사하는 깊이와 하쿠슈 고유의 청량감이 만나 최고의 조화를 이룹니다.

  • Nose (향): 망고, 잘 익은 배와 같은 열대과일 향과 오렌지 마멀레이드의 달콤함이 코를 자극합니다. 그 뒤로 다크 초콜릿, 견과류의 고소함, 그리고 매우 잘 정제된 우아한 스모크 향이 복합적으로 피어오릅니다.
  • Palate (맛): 입안에서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집니다. 꿀, 토피, 견과류의 풍미가 지배적이며, 복합적인 스파이스와 한층 깊어진 피트감이 맛의 구조를 탄탄하게 만듭니다. The Whisky Study의 리뷰는 43%의 도수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바디감과 질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 Finish (여운): 길고 따뜻한 여운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스모키함과 달콤한 과일 향이 입안과 코에서 오랫동안 우아하게 지속됩니다.
  • 총평: 장기 숙성 위스키의 깊이와 하쿠슈의 상쾌한 캐릭터가 완벽하게 결합된 걸작입니다. 오직 스트레이트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미하며 그 변화무쌍한 풍미를 느껴보길 권합니다.

4부: 하쿠슈의 가치: 가격, 소장 가치 및 시장 현황

하쿠슈 위스키의 맛과 향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그 '가치'입니다. 전 세계적인 일본 위스키 열풍 속에서 하쿠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제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하쿠슈, 얼마에 살 수 있을까?

하쿠슈의 가격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첫째, 전 세계적인 일본 위스키의 인기 상승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둘째, 위스키는 장기 숙성이 필요한 제품이므로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릴 수 없어 '원주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높은 주세(酒稅)가 더해져 해외에 비해 국내 가격이 월등히 높게 형성됩니다.

실제로 한 블로그 리뷰에 따르면, 하쿠슈 12년의 경우 일본 현지에서는 약 15,000엔(한화 약 13만 원)에 구매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30만 원에서 40만 원대에 거래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라인업별 대략적인 국내 시장 가격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 하쿠슈 디스틸러스 리저브(DR): 20만 원대 초중반
  • 하쿠슈 12년: 40만 원대
  • 하쿠슈 18년: 120만 원 이상
  • 하쿠슈 25년: 300만 원을 훌쩍 넘으며, 부르는 게 값일 정도
하쿠슈 라인업별 국내 예상 가격대

지금 사도 될까? 하쿠슈의 소장 가치

하쿠슈의 가치는 브랜드의 명성, 수많은 수상 경력, 그리고 무엇보다 '희소성'에서 나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보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수집가들의 표적이 됩니다.

  • 고숙성 제품: 하쿠슈 18년, 25년과 같이 생산량 자체가 적고 원주 수급이 어려운 고숙성 제품은 안정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한정판 에디션: Alcohol Please HK에 따르면, 특정 시장이나 행사를 위해 출시되는 한정판들은 그 희귀성 때문에 높은 소장 가치를 지닙니다. 산토리 100주년 기념 에디션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단종된 구형 보틀: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 '퓨어 몰트(Pure Malt)' 라벨의 구형 보틀이나, 라벨 디자인이 변경되기 전의 제품들은 위스키 역사적 가치를 지녀 수집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하쿠슈는 단순 음용 목적을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이후 일본 위스키 시장의 가격이 일부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무조건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인기와 위상

국내에서 하쿠슈의 인기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위스키 트렌드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과거 '아재 술'로 여겨지던 위스키가 '힙한 술'로 인식되면서, 하쿠슈 특유의 상쾌하고 마시기 편한 캐릭터가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여기에 피식대학과 같은 유명 유튜브 채널이나 셀럽들이 하쿠슈를 언급하면서 인지도는 더욱 상승했습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하쿠슈는 야마자키, 히비키와 함께 '산토리 3대장'으로 불리며, 입고 소식이 들리면 바로 품절되는 '오픈런' 아이템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품귀 현상은 하쿠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5부: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하쿠슈 이야기

한 잔의 하쿠슈 위스키에는 그저 맛과 향 이상의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위스키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은 하쿠슈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양념이 됩니다.

경쟁자인가, 파트너인가: 야마자키 vs 하쿠슈

산토리의 두 싱글몰트 증류소, 야마자키와 하쿠슈는 종종 라이벌 관계로 묘사됩니다. 실제로 두 위스키는 명확히 대비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야마자키(Yamazaki): 일본의 옛 수도 교토 근처, 온화하고 습한 기후에서 탄생했습니다. 셰리 캐스크와 일본 고유의 미즈나라 오크 캐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화려하고 중후하며 복합적인 과일 풍미(붉은 과일, 건포도 등)를 특징으로 합니다. 종종 '태양'에 비유됩니다.
  • 하쿠슈(Hakushu): 서늘한 고산지대의 숲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상쾌하고 청량하며, 은은한 피트와 허브, 시트러스 풍미(청사과, 민트 등)가 특징입니다. '숲' 그 자체로 비유됩니다.

하지만 이 둘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최고의 파트너 관계입니다.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산토리는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증류소의 개성 넘치는 원주들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블렌디드 위스키 '히비키(Hibiki)'를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즉, 야마자키와 하쿠슈의 존재는 서로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인 셈입니다.

세계 무대를 놀라게 한 수상의 역사

하쿠슈는 출시 이후 세계 유수의 주류 품평회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그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2006년, '하쿠슈 18년'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ISC(International Spirits Challenge)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은 일본 위스키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하쿠슈 12년, 25년 등 다른 라인업들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하쿠슈는 단순한 내수용 위스키를 넘어 세계적인 명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러한 수상 이력은 하쿠슈의 품질을 보증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와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산토리 100주년과 하쿠슈의 역할

산토리 위스키 10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한 라벨 디자인으로 출시된 하쿠슈 12년

2023년은 산토리 위스키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산토리는 야마자키와 하쿠슈의 특별 한정판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특히 '하쿠슈 12년 100주년 기념 에디션'과 '하쿠슈 18년 피티드 몰트 100주년 기념 에디션'은 숲의 증류소를 상징하는 특별한 라벨 디자인과 함께 출시되어 전 세계 수집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는 산토리 100년 역사에서 야마자키와 함께 하쿠슈가 얼마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하쿠슈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맺음말: 당신의 잔에 담긴 숲의 이야기

하쿠슈 위스키는 단순히 잘 만든 술 한 병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본 남알프스의 청정한 자연, 반세기에 걸친 장인들의 헌신,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혁신 정신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액체 형태의 예술 작품입니다. 야마자키와는 다른 길을 걷고자 했던 담대한 비전에서 시작하여, 최고의 물을 찾아 숲으로 들어간 집념, 그리고 자연과의 공생을 추구하는 철학까지, 한 잔의 하쿠슈에는 깊고 푸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쿠슈를 즐긴다는 것은 이 모든 이야기를 함께 음미하는 경험입니다. 오늘 저녁, 민트 잎 하나를 띄운 시원한 하쿠슈 하이볼 한 잔으로 지친 하루에 숲의 청량함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잔 속에서 펼쳐지는 맑고 상쾌한 숲의 이야기가 분명 특별한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